2023-2024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의 주요한 특징은 유독 도드라지는 ‘부익부, 빈익빈’이다. 돈을 쓰는 팀들은 대형 자유계약선수(FA)들을 영입하며 아낌없이 지갑을 연 반면, 그렇지 않은 팀들은 아예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지출액을 보면 이런 구도가 실감이 난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7일(한국시간)까지의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오프시즌 지출액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10년 총액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에 거침없이 투자한 LA 다저스는 총액 기준으로 10억4300만 달러의 지출을 기록 중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 전체 투자 액수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아직까지 다저스 외 2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팀은 없다. 물론 블레이크 스넬, 코디 벨린저, 조시 헤이더와 같은 대어들이 시장에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최종 성적표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더라도 거의 돈을 안 쓰거나 쓸 생각이 없어 보이는 팀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을 쓴 팀은 다저스를 비롯,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억2200만 달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억2125만 달러), 필라델피아 필리스(1억7200만 달러), 신시내티 레즈(1억620만 달러), 캔자스시티 로얄스(1억500만 달러)까지 총 6개 팀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도 제법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이중 절대 다수는 이정후(26)가 차지하고 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터뜨린 몇 안 되는 선수다. 키움에 줘야 할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가 투자한 금액은 1억3000만 달러가 넘는다. 이정후가 이번 오프시즌에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다. point check
이정후는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 다저스, 애리조나, 필라델피아를 제외한 26개 팀의 오프시즌 지출보다 더 높은 몸값을 기록했다. 물론 오프시즌이 완전히 끝나면 제외되는 팀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페이스면 절반 이상의 팀들이 1억 달러 미만의 지출을 할 것으로 보여 이 흐름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반대로 나머지 24개 팀은 1억 달러 미만의 지출을 기록했고, 심지어 4000만 달러도 쓰지 않은 팀 또한 꽤 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는 샌디에이고‧콜로라도, 중부지구에서는 피츠버그‧밀워키‧시카고 컵스, 동부지구에서는 애틀랜타‧뉴욕 메츠‧워싱턴‧마이애미가 4000만 달러 미만을 지출했다.
매 시즌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는 지구이자, 그래서 각 공격적인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는 5개 팀 모두가 4000만 달러도 쓰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부지구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부지구 5개 팀의 총 지출액을 합쳐봐야 7180만 달러에 불과하다. 중부지구에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클리블랜드‧미네소타가 4000만 달러 미만을 썼다.
심지어 콜로라도, 마이애미,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까지 네 개 팀은 FA 시장에서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양키스와 컵스가 이 명단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000만 달러 미만으로 시선을 넓히면 워싱턴, 클리블랜드, 미네소타, 탬파베이, LA 에인절스, 오클랜드가 추가된다. FA 시장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을 알린 가운데, 언제쯤 시장이 시끄러워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