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개막전 톱타자 아니면 충격” 감독 확신에 이정후 감격 “ML 톱타자, 한번도 꿈꿔본 적 없는데…”

“LEE 개막전 톱타자 아니면 충격” 감독 확신에 이정후 감격 “ML 톱타자, 한번도 꿈꿔본 적 없는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데뷔전부터 리드오프로 나설 것이 확정됐다. 선수 본인은 감격에 가득 찼다.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5일(한국시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시즌 시작부터 라인업의 선두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취임한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만약 그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충격받을 일이다”며 톱타자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타격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멜빈 감독은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 사령탑 시절(2003~2004년) 인연을 맺은 스즈키 이치로(51)와 이정후를 비교했다. 그는 “이치로가 앞발을 더 많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배트에 공을 맞히는 방식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멜빈 감독은 “난 그동안 수많은 일본 선수와 한솥밥을 먹었고,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과 함께 지냈다”고 말하며 “이정후가 얼마나 빨리 적응하게 될지, 얼마나 편안함을 느낄지 이미 눈에 선하다”고 했다. 특히 이정후의 외향적 성격을 언급한 그는 “보통은 주위를 둘러보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이정후는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지금까진 모든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이정후는 타격코치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적인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연습배팅에서 여러 차례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감독의 이같은 말을 전해 들은 이정후는 “한번도 꿈꿔본 적 없는 일이다”며 감격했다. 그러면서 “멜빈 감독에게 그 말을 듣고는 더 노력하기로 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만약 이정후가 계획대로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나선다면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날이 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3월 2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4연전을 치른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첫 시리즈고, 샌디에이고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를 치르고 돌아와 맞이하는 홈 개막전이다.

샌디에이고는 현재 김하성(29)이 1번 타순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 152경기에서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140안타 38도루 OPS 0.749의 기록을 냈다. 타선에서 생산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6월 이후 꾸준히 1번 타자로 나왔다. 만약 김하성과 이정후 모두 개막전부터 톱타자로 나온다면 흥미로운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만약 현실이 된다면 한국 야구의 역사에 남을 순간이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하성과 이정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관계다. 앞서 이정후는 출국 당시 “(김)하성이 형이 치는 타구는 치아로라도 잡겠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김하성과 친하기 때문에 놀리고 싶어 농담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멜빈 감독은 이미 영입 당시부터 이정후를 1번 타자로 점찍었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1번 타자는 이정후가 해봤던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안 될 이유가 없다”며 개막전 리드오프 출격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훌륭한 인성이 보였고, 샌프란시스코의 일원이 되는 것에 만족했다”면서 “나에게나 우리 팀에나 모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의 영입은) 오프시즌의 만족스러운 출발을 알렸다”며 기뻐했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고,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후 21일부터 시작되는 전체 훈련(투·포수는 2월 16일 시작)에 합류한다. 그동안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개인 훈련을 했던 히어로즈 선배 메이저리거들과는 다른 행보다.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전 키움과 함께 훈련했었다. 하지만 키움이 지난해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같은 훈련 시설을 쓰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인 탓에 합류가 불발됐다.

앞서 이정후의 훈련 영상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렌지색 샌프란시스코 모자를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타격 연습을 진행하는 영상이 MLB 공식 SNS에 업로드됐고, 이 영상은 X(구 트위터)에서 업로드 7시간 만에 조회수 20만 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미국 현지의 기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5일 ‘2024시즌 올-루키 팀’을 예상하며 외야수 부문에 이정후의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뛰어난 선구안과 놀라운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고 이정후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장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서도 7시즌 중 5시즌에서 한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면서도 “타격과 수비에서 정상급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MLB.com은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 트레이닝 관전 포인트에 대해 분석하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래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뛰어난 콘택트 기술이 생산력 있는 타자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놀라운 시즌을 보낸 김하성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4명만이 받았다. 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30억 원)라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또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6)에게도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32억 원) 계약을 안겨줬다. 이외에는 애런 놀라(30)가 소속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년 1억 7200만 달러(약 1506억 원)의 계약을 맺은 것이 끝이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성공적인 빅리그 정착이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79승 83패(승률 0.488)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불과 2년 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과 함께 다저스의 연속 지구 우승을 저지했지만, 지난해 정확히 5할 승률 턱걸이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승이 더 줄어들고 말았다. 이에 시즌 종료 후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경질했다. 특히 타격에서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팀 타율(0.235)은 내셔널리그 꼴찌였고, OPS(0.695)도 평균(0.740) 이하였다. 23홈런과 OPS 0.863을 기록한 윌머 플로레스가 그나마 타선에서 힘을 보탰지만, 전반적으로 타선이 가라앉은 모양새였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에서 이정후의 이름도 있었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이정후가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며 이정후를 높이 평가했다. 아직 그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모습만 보고도 이정후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은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